과거에는 결혼 후 자연스럽게 임신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의학적으로 난임(Infertility) 이란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1년 이상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통계에 따르면 전체 부부의 약 10~15%가 난임 문제를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한국에서는 만혼화와 환경적 요인이 겹치면서 그 비율이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임신은 단순히 한쪽의 문제로만 설명되지 않고, 남성과 여성 양쪽 요인이 서로 맞물려 작용하기 때문에 원인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실제로는 남성 요인이 약 40~50%, 여성 요인이 약 50~60%를 차지하며, 이 외에도 부부 사이의 성교 문제나 면역학적 불일치, 또는 원인을 특정할 수 없는 ‘원인 불명 난임’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난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원인을 제대로 구분하고 파악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난임의 절반 가까이는 남성 요인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정자 생성 문제입니다. 정자 수가 적은 희소정자증, 운동성이 떨어지는 무력정자증, 형태 이상이 많은 기형정자증 등이 모두 임신 확률을 낮춥니다. 심한 경우에는 아예 정자가 없는 무정자증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정자 질 저하는 고환 기능 저하, 유전적 이상, 또는 외상과 수술 후유증으로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호르몬 이상도 중요한 원인입니다. 테스토스테론, FSH, LH 같은 성호르몬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정자 생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갑상선이나 프로락틴의 이상도 정자 기능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정계정맥류(varicocele) 역시 흔한 원인으로, 고환 주위 정맥이 늘어나 혈류와 온도 조절이 비정상화되면 정자 생성 환경이 나빠집니다. 이 외에도 부고환염이나 성병(STD) 같은 감염 요인, Y염색체 미세결실이나 클라인펠터 증후군 같은 유전적 이상, 정자 표면에 항체가 생겨 운동성을 방해하는 면역학적 요인도 존재합니다. 생활 습관 또한 큰 몫을 합니다. 흡연과 음주, 비만, 과도한 스트레스, 고온 환경(사우나, 찜질방, 노트북 장시간 사용) 등이 모두 정자 질을 떨어뜨릴 수 있고, 방사선이나 농약, 중금속 같은 환경 독소도 남성 난임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이처럼 남성 요인은 단순히 정자 수치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 환경과 건강 전반을 아우르는 복합적 문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여성 요인은 난임 원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원인이 매우 다양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배란 장애입니다. 무배란이나 희발배란은 임신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PCOS(다낭성 난소 증후군)는 난자를 제대로 성숙시키지 못해 난임의 큰 원인이 됩니다. 또한 고프로락틴혈증이나 갑상선 질환 같은 호르몬 이상도 배란을 방해합니다. 난소 기능 저하 역시 중요한 문제입니다. 조기 난소 부전으로 인해 40세 이전에 폐경이 오는 경우도 있으며, AMH 수치가 낮아 난소 예비력이 줄어든 여성은 임신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난소 낭종 제거 수술이나 항암 치료 후에도 난소 기능은 크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난관 요인이 있습니다. 난자가 이동해야 하는 통로인 난관이 막히거나 유착되면 수정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골반염, 성병, 복부 수술 후 발생하는 유착이 주된 원인입니다. 자궁 요인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자궁근종이나 자궁내막폴립, 자궁기형(중격·이중자궁 등)은 착상을 방해할 수 있고, 자궁내막 유착증(Asherman’s syndrome)은 반복된 소파수술이나 감염 후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또한 자궁내막증(Endometriosis) 은 난관과 난소 기능, 자궁 내 착상 환경을 모두 악화시키는 대표적인 여성 난임 원인입니다. 여기에 더해 비만이나 저체중 같은 체중 문제, 인슐린 저항성, 부신 질환도 난임에 영향을 줍니다. 면역학적 이상(항인지질 항체 증후군, NK 세포 과활성, 혈전 경향), 자가면역질환(루푸스, 하시모토병 등), 만성질환(당뇨, 신장·간질환) 역시 여성 난임의 위험 요인으로 꼽힙니다. 특히 연령은 가장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로, 35세 이후부터 난자의 수와 질이 급격히 떨어져 임신 확률은 감소하고 유산 위험은 증가합니다.
남성과 여성 모두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임신이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부부 요인입니다. 첫 번째는 성교 문제입니다. 배란기 타이밍과 성관계가 맞지 않거나, 성교 횟수가 적은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남성의 발기부전이나 조루, 여성의 질경련이나 성교통도 임신 시도를 어렵게 만듭니다. 두 번째는 면역학적 불일치입니다. 여성의 몸이 남성의 정자를 ‘외부 침입자’로 인식하여 공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자궁경부 점액이나 자궁 내에서 항정자항체(anti-sperm antibody)가 형성되어 정자의 운동성을 방해하는 식으로 나타납니다. 남성 쪽에서도 정자 표면에 항체가 붙어 정자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면역학적 요인은 개별 검사에서는 정상으로 나오지만, 부부가 함께 있을 때만 문제가 되는 경우라 진단이 쉽지 않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성교 후 검체를 채취해 정자의 운동성을 확인하는 Post-coital test 나 항정자항체 검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부부 요인은 난임 원인 중 비교적 드물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합니다.
전체 난임 부부의 약 10~15%는 모든 검사를 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인을 찾지 못하는 원인 불명 난임으로 분류됩니다. 원인 불명이라고 해서 원인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의 의학적 검사 방법으로 밝혀내지 못할 뿐, 미세한 배란 이상, 난자·정자 질 문제, 착상 과정의 미세한 면역학적 요인 등 보이지 않는 요소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인공수정(IUI)이나 시험관아기(IVF) 같은 보조생식술을 통해 임신 확률을 높이기도 합니다.
또한 간과하기 쉬운 환경 요인도 난임에 크게 작용합니다. 방사선, 중금속, 살충제, 미세먼지 같은 환경 독소는 남성과 여성 모두의 생식 능력에 악영향을 줍니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배란 억제, 성욕 저하, 성기능 장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흔히 노출되는 야근, 불규칙한 수면, 카페인 과다 섭취, 스마트폰 과사용도 호르몬 리듬을 깨뜨려 임신을 어렵게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원인 불명 난임과 환경 요인은 개인이 통제하기 어렵거나, 생활 전반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라 더 관리가 중요합니다.
난임은 더 이상 특정 성별의 문제가 아니며,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다양한 원인이 존재합니다. 남성은 정자 질과 호르몬, 생활 습관과 환경적 요인이 중요하고, 여성은 배란과 난소 기능, 난관·자궁 구조적 문제, 호르몬·면역학적 요인, 연령이 크게 작용합니다. 여기에 부부 간의 성교 문제, 면역학적 불일치, 환경적 요인, 원인 불명 난임까지 더해져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의학은 점점 발전하여, 과거에는 알 수 없던 원인들이 밝혀지고 있고, 보조생식술의 발달로 임신 성공률도 크게 향상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원인을 단정 짓지 않고, 부부가 함께 검사와 상담을 받으며 맞춤형 대책을 세우는 것입니다. 임신은 때로는 기다림이 필요하지만, 기다림을 더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해 원인을 정확히 알고 관리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난임의 길이 길게만 느껴지더라도, 한 걸음씩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를 이어간다면 충분히 희망은 열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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