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덧의 종류 총정리 — 냄새덧·먹덧·칫솔덧까지 한눈에 보기

입덧은 임신 초기에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그 형태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냄새에 예민해지고, 어떤 사람은 특정 음식만 찾아 헤매며, 또 어떤 사람은 칫솔만 입에 넣어도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죠.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이유는 임신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가 각자의 신체 반응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입덧은 하나의 병이 아니라, 몸이 새 생명을 품기 위해 적응하는 ‘반응의 스펙트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입덧의 여러 종류와 특징, 그리고 각각을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보낼 수 있는 방법들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1.  구역·구토덧 — 가장 흔하고 기본적인 입덧

가장 전형적인 형태의 입덧은 구역질과 구토가 반복되는 ‘구역덧’입니다. 대부분 임신 5~6주 차부터 시작해 12주 전후까지 이어지고, 공복 시 특히 심해집니다. 냄새나 음식, 심지어 아무 이유 없이도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죠. 실제로 아침에 구토를 하는 경우도 많아 ‘모닝 시크니스(Morning sickness)’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입덧은 주로 임신 호르몬 hCG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위장 운동이 둔화되고 위산이 늘어나 생깁니다. 음식이 위에 오래 머물면서 더부룩하고, 위의 자극이 커질수록 구토 반사가 쉽게 일어나죠. 따라서 식사량을 줄이고 자주 먹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크래커, 고구마, 식빵처럼 냄새가 약한 음식이 좋고, 식사 후 바로 눕기보다는 상체를 약간 세워 앉는 게 편합니다. 따뜻한 보리차나 미지근한 물을 조금씩 마셔주면 위가 안정됩니다.

 

2. 냄새덧 — 냄새 하나에도 몸이 반응할 때

입덧 중에서도 많은 사람이 겪는 형태가 바로 ‘냄새덧’입니다. 이 시기에는 후각이 예민해져 평소엔 좋아하던 향기조차 역하게 느껴지고, 심하면 배우자의 체취나 세제 냄새까지 견디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냄새덧은 태아를 보호하기 위한 본능적인 반응으로, 몸이 ‘이건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한 자극에 과하게 반응하는 것이죠. 하지만 그 예민함이 너무 심하면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힘들어집니다. 이럴 땐 향이 거의 없는 세제나 치약, 샴푸로 교체하고, 요리할 때는 창문을 열거나 가족에게 부탁해 냄새가 강한 조리를 피하는 게 좋습니다. 코 안쪽에 바닐라 로션을 살짝 바르거나, 마스크 안에 레몬 오일을 한 방울 떨어뜨리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환기를 자주 시키고, 냄새가 적은 공간에서 잠시 눈을 감는 것만으로도 신경의 긴장이 완화됩니다.

 

3. 먹덧 — 오히려 먹어야 속이 편한 입덧

입덧이라고 하면 대개 아무것도 못 먹는 걸 떠올리지만, 그 반대의 형태도 있습니다. 바로 ‘먹덧’이에요. 먹덧은 공복일 때 속이 더 울렁거리고, 뭔가를 먹어야 그나마 안정되는 유형입니다. 배가 조금만 비면 바로 메스꺼움이 올라오고, 특정 음식이 강하게 당기기도 합니다. 이건 몸이 에너지와 영양분을 강하게 요구하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먹덧은 자칫 과식으로 이어져 체중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이 먹기보다는 조금씩 나누어 먹는 게 중요합니다. 고구마, 바나나, 두부, 식빵처럼 포만감은 주되 자극이 없는 음식을 선택하고, 튀김이나 기름진 음식은 피해야 합니다. 또한 과일이나 요구르트처럼 상큼한 음식은 입맛을 돋우면서도 속을 편하게 해 줍니다.

 

4. 침덧 — 입안이 끈적이고 침이 많아지는 형태

입안에 침이 과도하게 고이는 ‘침덧’은 생각보다 많은 임산부들이 겪습니다. 입안이 끈적이고 침이 계속 생겨 삼키기 어렵거나, 침을 뱉지 않으면 속이 울렁거리는 경우도 있어요.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호르몬 변화로 인해 침샘 분비가 늘어나거나 위산 분비가 함께 증가할 때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침을 억지로 삼키려 하면 오히려 구역질이 유발되므로, 종이컵이나 휴지를 준비해 틈틈이 뱉어내는 것이 좋습니다. 입안을 상쾌하게 유지하려면 탄산수나 레몬수를 희석해 헹구거나, 무설탕 껌을 살짝 씹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단, 민트향이 강한 제품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으니 향이 순한 제품을 선택하세요.

 

5. 칫솔덧 — 양치만 해도 구역질이 나는 입덧

‘칫솔덧’은 양치질을 할 때마다 구역질이 올라오는 형태로, 의외로 흔합니다. 특히 칫솔이 혀나 잇몸 뒤쪽을 스칠 때 구토 반사가 일어나기 쉽습니다. 이 현상은 위의 긴장과 구토 반사가 과민해진 상태에서 칫솔의 물리적 자극이 더해지기 때문에 생깁니다. 이럴 때는 칫솔 모가 부드러운 제품으로 바꾸고, 입안을 닦을 때는 최대한 깊이 넣지 않도록 합니다. 치약은 향이 강한 민트보다는 무향 혹은 순한 과일향 제품을 사용하세요. 또한 아침 공복 상태보다는 식사 후 10~20분 뒤에 양치하는 것이 덜 불편합니다. 만약 칫솔을 전혀 사용할 수 없을 정도라면 물로 헹구거나 거즈로 치아 표면을 닦아주는 방법도 괜찮습니다. 입덧이 어느 정도 지나가면 이 증상은 자연스럽게 사라지므로 너무 불안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6. 감정덧 — 마음이 출렁일 때 나타나는 입덧

감정덧은 단순히 위의 문제라기보다, 심리적 요인이 깊게 작용하는 입덧이에요. 몸이 피로하거나 스트레스가 쌓이면 신경계가 과민해지고, 그 자극이 위로 전달되어 울렁거림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첫 임신이거나 예기치 못한 상황일 때, 불안이나 걱정이 몸의 반응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덧은 약으로 완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무엇보다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충분한 수면, 따뜻한 조명 아래에서의 휴식,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호흡을 가다듬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완화될 수 있어요. 또한 “이건 아기를 지키기 위한 몸의 과정이야.”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훨씬 편안해집니다. 감정덧은 혼자 감당하려 하기보다,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와 솔직히 이야기하고 도움을 받는 게 좋습니다.

 

7. 가입덧(하이퍼에 메시스) — 병원 진료가 필요한 단계

모든 입덧이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그 강도가 너무 심해 일상생활이 어렵다면 ‘과입덧(하이퍼에 메시스)’ 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탈수나 영양결핍, 전해질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병원 진료가 필요합니다. 하루 3회 이상 구토가 지속되거나, 물조차 삼키기 힘들고, 체중이 3kg 이상 빠졌다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합니다. 병원에서는 수액을 통해 체내 수분과 영양을 보충하고, 입덧 완화제를 처방해 줍니다. 많은 임산부들이 “약을 먹어도 괜찮을까?” 걱정하지만, 임신부용으로 안전하게 사용되는 약물들은 태아에게 해를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리하게 참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몸이 신호를 보내고 있을 때는 주저하지 말고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마무리 — 입덧은 몸이 아기를 품는 방법

냄새에 예민해지고, 먹고 싶은 게 달라지고, 침이 고이고, 구토가 올라오는 건 모두 몸이 생명을 안전하게 지키려는 반응이에요. 어떤 형태의 입덧이든, 그것은 병이 아니라 과정이고, 몸의 놀라운 지혜가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입덧은 대체로 임신 12~14주를 지나면 서서히 가라앉습니다. 지금은 하루하루가 힘들지만, 그 울렁거림이 결국 아기가 자리를 잡고 있다는 증거임을 기억하세요. 먹덧이든 냄새덧이든, 칫솔덧이든 감정덧이든, 모든 형태의 입덧 속에는 “엄마가 되어가는 몸의 신호”가 담겨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오늘은 조금 덜 먹고 덜 움직이더라도 괜찮아요. 당신의 몸은 지금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