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덧은 임신 초기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이지만, 그 강도는 정말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하루에 몇 번 메스꺼움이 올라오는 정도로 끝나지만, 어떤 사람은 물 한 모금조차 넘기지 못할 만큼 심해지기도 합니다. 대개는 임신 6~12주 사이에 가장 강하게 나타나고, 14주쯤이면 서서히 줄어드는 경우가 많지만, 그 시기까지 견디기 어렵게 만드는 ‘심한 입덧’은 분명 존재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건 그냥 참으면 안 되는 상태인가요?” “병원에 가야 할 정도일까요?” 하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실제 의학적 기준과 임산부들의 경험을 함께 정리해 보았습니다.

일반적인 입덧은 위산이 늘어나고 위의 움직임이 둔해져 생기는 생리적 반응이에요. 냄새에 예민해지고 구역질이 나지만, 하루에 몇 번씩 간헐적으로 나타나고, 틈틈이 음식을 섭취할 수 있다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지나갑니다. 반면 ‘과입덧(하이퍼에 메시스, hyperemesis gravidarum)’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몸이 기능적으로 탈진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가입덧은 전체 임산부의 약 1~3% 정도에서 발생하지만, 그 강도는 매우 심각할 수 있습니다. 하루에도 여러 번 구토를 하고, 먹은 음식은 물론 물조차 삼키지 못해 체중이 급격히 줄어들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냄새를 맡는 순간 즉시 구토 반사가 일어나거나, 몸이 기력이 빠져 한 걸음도 걷기 어려운 정도로 증상이 진행됩니다.
입덧이 아무리 심해도, 대부분은 하루에 몇 번 정도 구토를 하더라도 중간중간 물이나 음식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괜찮아집니다. 그런데 물 한 모금조차 삼키지 못할 정도라면 이미 탈수의 초기 신호일 가능성이 큽니다. 몸이 수분을 잃으면 소변량이 줄고 색이 짙어지며, 어지럽고 머리가 띵해질 수 있어요. 체내 수분이 부족하면 혈류 순환이 느려져 태아에게 가는 산소 공급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는 병원에서 수액 치료가 필요합니다. 병원에서는 링거를 통해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해 주고, 구토 억제제를 안전한 용량으로 투여하기도 합니다.
임신 초기에 체중이 조금 빠지는 건 흔하지만, 짧은 기간에 3kg 이상 빠졌다면 병원 진료가 꼭 필요합니다. 그만큼 음식 섭취가 되지 않고 구토로 인해 영양 손실이 누적되고 있다는 뜻이에요. 체중이 급격히 줄면 단백질, 전해질, 비타민 등이 부족해지고, 몸은 지방을 분해하면서 케톤체를 만들어냅니다. 이 케톤체는 소변으로 배출되며, 소변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오는 경우 이미 ‘과입덧 단계’로 판단됩니다. 이 시점부터는 수액, 비타민, 전해질 보충이 필요하고, 심한 경우 입원 치료가 이뤄집니다.
구토가 하루에 3회 이상 지속되거나,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위산만 토해내는 상황이라면 위벽이 자극되어 식도염이나 위손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럴 땐 단순한 입덧이 아니라 위장 기능이 이미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예요. 병원에서는 구토 억제제를 사용하거나, 위산 분비를 조절하는 약물을 처방합니다. 이런 약들이 혹시 아기에게 해롭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임신부용으로 안전성이 검증된 성분이기 때문에 필요할 땐 망설이지 말고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몸이 탈수되면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것이 바로 소변입니다. 하루 종일 화장실을 거의 가지 않거나, 소변 색이 짙은 노란색을 넘어 갈색빛을 띠면 이미 수분이 상당히 부족한 상태예요. 이때 어지럼증, 입 마름, 두통, 손끝 저림, 맥박이 빨라지는 증상까지 함께 나타난다면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합니다. 임신 중에는 혈액량이 평소보다 40~50% 정도 증가하는데, 탈수가 생기면 혈류가 끈적해지고 순환이 느려져 자궁으로 가는 혈류량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결국 아기에게도 산소 공급이 줄어들 수 있기에, 조기에 수액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입덧이 아무리 심해도 하루 이틀은 어떻게든 버텨집니다. 하지만 3일 이상 물과 음식 모두 삼키지 못하고, 일어설 힘조차 없을 정도로 기력이 떨어진다면, 그것은 단순한 입덧이 아니라 **‘체력 고갈 상태’**입니다. 이때는 탈수와 영양 결핍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병원에서는 수액 외에도 비타민 B군, 포도당, 항구토제를 주입하여 몸의 균형을 회복시킵니다. 대부분 치료 후 1~2일이면 몸이 한결 가벼워지고, 구토 빈도도 확실히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신부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는 “조금만 더 참아볼게요.”입니다. 그러나 입덧은 참는다고 낫지 않습니다. 오히려 탈수와 영양 결핍이 심해질수록 몸은 더 힘들어지고, 그 영향이 태아에게도 이어집니다. 특히 가입덧은 빠르게 진행될수록 회복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임신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치료를 통해 몸이 안정되면 아기에게도 더 건강한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입덧으로 병원을 찾으면 먼저 체중, 혈압, 소변 검사(케톤 수치), 혈액검사를 통해 탈수 정도를 확인합니다. 케톤 수치가 높으면 즉시 수액 치료를 시작하고, 비타민 B6, 전해질, 포도당, 항구토제가 함께 투여됩니다. 필요에 따라 1~2일 입원 치료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치료 후 하루만 지나도 울렁거림이 완화되고, 몸이 회복되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약물은 임신부에게 안전성이 입증된 성분이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또한 심리적 안정도 회복의 큰 부분을 차지하므로,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것 자체가 몸과 마음을 모두 지켜주는 행위입니다.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지만, 입덧이 심하게 느껴질 때는 생활 루틴을 조정해 보세요. 아침에 눈을 뜨기 전 크래커 한 조각을 먹고 5분 뒤 천천히 일어나기, 하루 식사를 세 번 대신 여섯 번으로 나누기, 냄새가 심한 음식 대신 식빵·고구마·죽처럼 냄새 없는 음식 선택하기, 따뜻한 보리차나 레몬수를 자주 마시기, 식사 후 바로 눕지 않고 상체를 세워 10분간 쉬기. 이런 사소한 습관들이 몸의 자극을 줄여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해지지 않는 것입니다.
입덧이 심하다는 건 당신이 약해서가 아닙니다. 몸이 아기를 품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다는 뜻이에요. 병원에 간다고 해서 실패한 것도, 유난스러운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몸이 보낸 신호를 정확히 알아채고, 아기와 나를 함께 지키려는 현명한 결정입니다. 입덧은 언젠가 반드시 끝이 납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참지 않는 용기’입니다. 몸이 힘들면, 그건 병원에 가야 할 때입니다. 치료를 받는 당신은 약한 사람이 아니라, 가장 강한 엄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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