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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낭성 페마라 2회차, 인생 28일 주기 찾은|여성병원 임신준비 일기
    임신준비와 난임 2025. 7. 20. 08:04

    저는 지난 포스팅에서 임신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유와 클로미펜을 이용한 첫 배란 유도 경험에 대해 정리했었어요. 이번 글에서는 2회차 치료를 진행하며 복용하게 된 페마라(Letrozole)에 대한 후기를 남기려고 합니다.

     

    클로미펜이 체질에 맞는 분도 많고, 부작용이 적다는 점에서 초반 치료제로 자주 권유되기도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클로미펜으로 시도했지만, 생각보다 난포 반응 속도가 느리고 배란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던 점, 그리고 내막이 다소 얇아지는 느낌이 있어서, 선생님과 상의 후 2회차에는 페마라로 변경하게 되었어요. 페마라는 일부에게는 두통이나 울렁임 같은 부작용이 더 강하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제 경우엔 클로미펜처럼 복통이 없었고 전반적인 반응 속도나 생리 주기 개선 면에서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약 변경의 이유, 그리고 페마라 복용을 통해 경험한 신체 변화와 정서적 흐름, 마지막으로 의학적으로 기억하고 싶은 데이터들까지 모두 정리해 보려고 해요.

    페마라, 다낭성, 임신준비, 난임

    끝없는 40일 주기, 다낭성에게 페마라는 어떤 약일까?

    정확히 말하면, 생리 불순은 제게 일상이었어요. 누구보다 조용히, 무심하게 지나가는 시간이었죠. 매달 생리를 챙기는 게 아니라, “이번엔 언제쯤 시작할까?”를 고민하는 게 저의 루틴이었어요. 생리 주기는 늘 들쭉날쭉했고, 평균 주기가 40일에 달했습니다. 학생 때도 28일에 정확하게 한 적은 없었고 빠르면 30일 초반대, 늦어지면 50일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결혼 후 40일 이내로 꾸준히 생리 주기가 맞춰지게 되었고, AMH검사를 통하여서 제가 다낭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 포스팅에서 클로미펜으로 첫 배란 유도를 시도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난포 성장이 너무 느리고 내막도 얇아지는 느낌이 들어 심리적으로도 부담이 컸어요. 관계 시점도 불확실했고, 배란 초음파를 보러 가는 시기가 많았고, 기다림은 지쳐갔죠. 그래서 두 번째 주기엔 약을 바꾸기로 선생님과 상담 후 결심했어요. 그렇게 선택한 것이 바로 페마라(Letrozole)였고, 2025년 5월 20일, 여성전문병원에서 생리 두 번째 날 방문해 2회차 복용을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은 클로미펜과의 차이점을 간단히 설명해 주셨는데요, 페마라는 아로마타제 억제제 계열의 약물로, 에스트로겐을 감소시켜 난포 자극 호르몬(FSH)의 분비를 유도해 배란을 돕는다고 했어요. 무엇보다 자궁 내막을 얇게 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난포 성장을 비교적 일정하고 자연스럽게 유도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하셨죠. 페마라는 본래 유방암 치료제로 개발된 약물이지만, 현재는 배란유도제 중에서도 다낭성 환자에게 자주 처방되고 있습니다.

     

    약간의 두통과 속 울렁임, 하지만 몸은 더 빨라졌다

     

    5월 21일, 페마라 복용 첫날은 아주 조용했어요. 특별한 느낌도 없고, 클로미펜처럼 뻑뻑한 느낌의 내막 변화도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복용 4일 차부터 머리가 띵한 느낌과 가벼운 속 울렁임이 찾아왔어요. 마치 멀미처럼, 명확하진 않은데 계속 불편한 감각. 일상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었지만, ‘약이 몸 안에서 뭔가를 바꾸고 있다’는 감각은 분명히 있었어요. 

     

    이전 사이클에선 클로미펜의 영향으로 복통이 자주 있었지만, 이번엔 신기하게도 복통은 전혀 없었고, 대신 몸이 무거워지는 듯한 피로감과 두통이 동반됐습니다. 하지만 체온은 훨씬 안정적으로 유지됐고, 복용 후 약 일주일 뒤인 5월 29일, 초음파에서 또 왼쪽에서 1.7cm 난포가 보였다는 결과에 깜짝 놀랐죠. 담당 선생님도 “이번엔 반응이 빠르네요”라고 말씀하셨어요. 생각보다 빨리 자란 난포에 희망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정말 놀랍게도,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배란 유도 후 생리까지의 간격이 딱 28일이었습니다. 평생 30~50일 사이의 생리주기를 겪어오던 제게 이건 거의 기적이었어요. 주기가 정돈되고 있다는 것은 호르몬 균형이 다시 맞춰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하셨고, 저는 이번에 처음으로 내 몸이 정상 리듬을 갖는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체감했어요. 그리고 생리도 지체되지 않아서, 그 점이 너무 좋았습니다. 

     

    여성전문병원의 진료, 감정과 데이터가 함께 가는 곳

     

    병원 진료는 단순히 처방을 받는 곳이 아니라, 제 마음을 함께 살펴주는 공간이었어요. 매회 초음파 결과뿐 아니라, 배란 테스트기 반응도 참고하며 치료 방향을 잡아가셨어요. 혼자 고민하며 배란 테스트기의 피크만 기다리며, 검색만 하던 때와는 확연히 달랐어요.

     

    특히 좋았던 건, 단순히 “약 먹고 관계하세요”가 아니라, '배란 가능성 있는 날'과 'LH 피크 시점'을 기준으로 가장 적절한 관계 시점을 계산해 주신다는 점이에요. 특히 저는 다낭성을 가지고 있어서 피크를 체크하기 어려웠습니다. 배란 테스트기가 안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배란 유도제를 먹은 후에는 배란 주사를 맞지 않아도 1.8cm 이상에서 피크를 볼 수 있어서 만족했습니다.

     

    감정적인 면에서도 큰 차이가 있었어요. 병원에서는 매회 컨디션을 체크해 주시고, “배란이 잘 되고 있네요~”라는 한 마디에 마음이 녹았어요. 아무리 약이 잘 맞아도, 심리적인 안정감이 없으면 배란도 착상도 어려운 거 같아요. 혼자 임신준비하는 분께도 여성전문병원, 주위의 산부인과 진료를 추천하고 싶어요.

     

    두 번째 유도는 실패가 아니라 변화의 시작이었다

    이번 페마라 2회차는 제게 확실한 변화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복통은 없었지만, 두통과 울렁임을 통해 내 몸이 반응하고 있음을 느꼈고, 실제로 난포는 빠르게 성장했으며, 무엇보다 1회차에서 38일이던 생리주기가 2회차에서는 28일이라는 정석적인 생리 주기로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반가웠던 건, 배란 이후 정확히 14일이 지난 시점에 생리를 시작했다는 점이에요. 정확히 28일 주기, 그것도 제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맞춰진 주기는 처음이었기에, 정말 가슴 벅찬 시간이었습니다. 배란만 잘 되는 게 아니라, 내 몸의 전체 리듬이 돌아오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고, 다시 한번 희망이라는 단어를 꺼낼 수 있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이제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이 과정을 통해 몸을 이해하고 스스로 기록하며 더 정교한 다음을 준비하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약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내 몸의 흐름을 찾아내는 과정. 그리고 그 여정의 동반자로 병원을 신뢰하고 꾸준히 돌보는 것. 그것이 바로 저만의 임신 준비법이 되어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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